오늘 점심은 소화를 못 시켰지만 토해내지 않은데에 감사했다. 거진 4일째 먹자마자 토해 내는 일을 반복했더니 기운이 없었다. 그래도 어릴적에 물만 마셔도 토하던 때와는 달리 물이나 차 종류는 일단 몸에서 받아줘서 다행이었다. 일전에 생긴 문제도 다 풀리지는 않았지만 많이 가라 앉아 평온한 상태였는데 집에 왔더니 개판. 며칠 전부터 엄마가 슬금슬금 갔다 놓은 "나와는 관련 없는 물건들"을 정리하기 싫어서 방구석에 쌓아두기만 했었다. 오후 11시 30분. 몸이 안좋아서 그런지 너무나도 피곤해서 집에 가자 마자 컴퓨터도 키지 말고 자야 겠다 싶었는데 엄마가 대뜸 말한다. "내일 KT에서 뭐 설치하러 올거래 방치워" 뭔지도 모른덴다. 뭘 하는 지도 모르면서 문을 열어주겠다는 것이다. 방을 치우러 들어왔더니 쓰레기가 발에 밟힌다. 짜증이 확 밀려온다. 그렇잖아도 요즘 집에 있는 시간이 적어 옷정리 하기도 바빠 죽겠는데 별 같잖지도 않은 쓰레기를 내방에 쌓아둔 엄마한테 짜증이 난다. 한숨을 쉬었더니 마루에서 내방으로 달려와서 말한다. "치우지마 오지 말라고 할께" 어이가 없다. 난 이미 기분이 상했고, 피곤이 몰려오고 짜증이 났다. 그렇게 사람 열받게 해놓고 하지 말라니 이런 경우는 또 뭔가. 울컥 올라오는 짜증과 눈물에 컴퓨터를 켰다. g-바겐이라도 보면서 열을 식히려고 하는데 인터넷이 먹통이다. 외장모뎀과 공유기가 꺼져 있다. 파워를 올렸는데도 불이 들어오지 않는다. 책상 밑을 보니 아빠께서 정말 친절하시게도 책상 밑 깊고 깊은, 기어들어가야 하는 곳에 연결된 전원 코드를 뽑아 놓으셨다. 내 방에 들어와서 이것 저것 만지는게 싫어서 언니방에 컴퓨터까지 세팅 해 드리고 공유기 선도 짜증나서 무선 공유기로 해 놨는데 방에 들어와서 공유기 뿐만 아니라 연결 된 모든 코드를 뽑아 놓으셨다. 정리 해 놓은 선 건드려 놓으신 건 기본. 왜 가족은 가족끼리의 아주 사소한 예의범절을 잊고 사는 것일까. 하지 말아야 할 행동. 해서는 안되는 말. 건드려서는 안되는 것. 이런 것들을 타인에게 지키기 전에 가족에게, 더 가까운 사람에게 먼저 지켜야 하는 것이 예의가 아닐까. 도대체 이놈의 집안엔 예의와 프라이버시가 없다. 그리고 그 때문에 가족과는 상관없는 타인에게 화를 내고 있는 내가 싫다. 그런 자기 혐오감에 또 먹은 것을 토해내 버린 약한 내가 정말 싫다. 차라리 자기 혐오와 욕설과 짜증을 토해내 버렸으면 좋았을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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